"2030년까지 글로벌 사업 비중 50% 이상 확대"

[CEONEWS=김충식 기자] 2019년 기해년 황금 돼지해 창간 20주년을 맞아 CEONEWS가 '대한민국 리딩 TOP CEO'를 선정합니다. 이번 선정을 통해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CEO들의 명예와 자존감을 앙양하고 그들의 업적과 노고를 치하하고 CEO PI의 본보기로 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 허영인 SPC그룹 회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030년까지 글로벌 사업 비중을 절반 이상 확대하겠다는 새해 비전을 발표했다. 허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고 있는 해외 사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며 "수출과 현지 진출을 병행해 2030년까지 글로벌 사업의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허 회장은 이어 "비전은 단지 회사의 목표만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는 길"이라며 "`뜻을 올바르게 세우고 꾸준히 노력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유지경성(有志竟成)의 자세로 비전을 향해 나아가자"고 독려했다. 글로벌 2030비전을 이루기 위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리더십과 경영스타일 그리고 그의 비전과 과제에 대해 조망해 봤다.

▲ 허영인 SPC그룹 회장.

◆ He is...

허영인 SPC그룹 회장(69세, 1949년생)은 허창성 삼립식품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황해도에서 태어났다.

성남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삼립식품에 입사(1969년 8월)해 경희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1972년)했다. 삼립식품의 대표이사(1981년)를 맡은 지 7개월 만에 미국 캔자스시티로 유학을 떠나 미국제빵학교 AIB에 입학(1981년, 수료 1982년)했다. 빵을 주식으로 먹는 나라에서 제빵기술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샤니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형인 허영선 회장이 이끄는 삼립식품이 리조트사업에 투자해 경영난을 겪는 사이 허영인은 국내에 배스킨라빈스31(1985년)을 들여와 프랜차이즈사업을 시작했다. 그 이듬해 파리크라상을 설립(1986년)하고 파리바게뜨(1988년)를 열었다.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을 키우며 성남상공회의소 부회장을 역임(1989년부터 1992년까지)했다.

태인유통 대표이사(1989년)에 이어 5년 뒤 태인샤니그룹, 비알코리아, 파리크라상 회장(1994년)을 맡았다. 삼립식품이 부도(1997년)로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인수하고 삼립식품과 샤니, 파리크라상, 비알코리아를 묶어 SPC그룹을 세웠다. 현재 삼립식품 회장을 겸임(2002년부터)하고 있다.

▲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019년 1월 2일 신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후 SPC그룹 회장(2004년)에 올랐고 해외 시장 진출을 꾀하기 시작했다. 파리바게트를 미국(2005년)에 이어 베트남과 싱가포르(2012년) 그리고 프랑스 파리(2014년)와 중국 서남지역(2016년 8월)에도 진출했다. 국내 제빵업계 최초로 중국과 미국에도 매장을 열며 글로벌 진출을 확대했다는 평을 받았다. 2016년 12월 기준으로 해외 파리바게뜨 매장은 250여 개에 이른다. 

제빵사업 뿐 아니라 잠바주스, 파스쿠찌의 국내 사업권을 획득해 식음료 프랜차이즈사업에 뛰어들었다. 미국의 3대 버거로 불리는 ‘쉐이크쉑’을 들여오는 등 종합식품기업으로 외형을 확장하고 있다. 꼼꼼한 관리시스템과 연구개발로 파리바게뜨의 성공을 이끌었고, 국내시장에서 이룬 성과를 발판 삼아 해외사업 확장에 힘쓰고 있다.

허영인은 SPC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파리크라상 지분을 부인 이미향씨, 두 아들과 함께 100% 소유하고 있다. 2015년부터 3세경영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형제 모두가 부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SPC그룹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되고 경영능력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

부인 이미향씨는 홍익대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이미향씨는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여동생이자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막내 고모다.

장남 허진수 SPC그룹 부사장은 1977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생화학과를 졸업한 뒤 2005년 SPC그룹에 상무로 입사했다. 이후 SPC그룹 전략기획실 전략기획부문장, 파리크라상 전무, 삼립식품 등기이사를 거쳐 2015년 11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허영인 회장과 마찬가지로 미국제빵학교(AIB)를 수료했다.

허 회장에게 있어 차남인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은 아픈 손가락이다. 2015년 삼립식품의 등기이사(전무)로 선임된 후 2016년 미국 뉴욕의 유명 버거 체인점 ‘쉐이크쉑’을 국내에 들여와 히트시켰다. 쉐이크쉑버거 강남점은 입점 1년 만에 세계 매장 중 매출 1위을 달성하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 전무 승진 2년 만에 부사장 자리에 올랐지만, 2018년 액상대마 흡입 사건으로 경영일선에서 퇴출됐다.

◆ 경영활동의 공과 

△글로벌사업 확장에 적극적 

▲ 파리바게뜨 1호점 광화문점 전경.

허영인 회장은 글로벌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8년 1월 프랑스 파리의 베르사유궁전에서 ‘프랑스 국제 비즈니스 회담’에 참석해 프랑스시장에 관해 이야기 나누기도 했다. 이 행사는 프랑스 정부가 투자유치를 위한 투자설명회로 한국에서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손영권 삼성전자 최고전략책임자(CSO)만 초청됐다. 

SPC는 2004년 중국시장에 처음 진출하기 시작해 프랑스, 베트남, 싱가포르, 미국 등으로 진출해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2030년까지 매출 20조 원, 전 세계 1만 2천 개 매장을 달성해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허영인 회장은 국내 제빵산업 부가가치를 높여 프랜차이즈산업으로 키웠고 이에 더해 수출산업까지 성장하도록 이끌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SPC의 핵심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뜨는 2004년 해외 매출이 200억 원대였으나 2015년 2,900억 원대로 늘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프랑스의 대표적 빵들을 도입했고 버터크림 케이크 중심이었던 케이크를 생크림 케이크로 바꿨다. 마일리지 멤버십 카드인 ‘해피포인트’도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 SPC그룹은 매년 자사 매장의 아르바이트생들을 대상으로 장학금 1억원을 지급하고 있다.

△디자인 가치 중시 

허 회장은 제품의 품질 만큼이나 디자인을 SPC그룹의 핵심가치로 주장한다. 실제로 파리바게뜨는 케이크의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파리바게뜨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 회장은 제품의 모양을 비롯해 제품 포장과 매장 진열방식까지 아우르는 디자인 경영을 추구하고 있다.  

채용방식에서도 디자인 역량을 중시하고 있다. SPC그룹은 신입사원 공채 전형에서 미각을 테스트하는 ‘관능면접’과 디자인 감각을 테스트하는 ‘디자인 역량 평가’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허 회장은 SPC그룹 본사 1개 층 전체를 ‘디자인센터’로 사용하도록 했다. SPC그룹은 2015년 11월 대한민국 디자인대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신제품 빵 연구개발에 집중

허영인 회장은 사무실보다 연구소로 출근할 때가 더 많다. 1983년 샤니 대표를 맡았을 때도 연구소부터 차렸다. 그는 “기업 경영자는 경영 마인드뿐 아니라 엔지니어처럼 기술 마인드도 지녀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부터 실천하는 모범’과 ‘사람은 평생을 배운다’는 인생의 신조를 지녔다.

한국 전통 누룩에서 제빵용 토종 천연효모를 발굴하기도 했다. 2016년 제품화에도 성공했다. 이는 고유의 발효 미생물 종균이 거의 없는 국내 발효식품산업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고 평가받는다.

SPC그룹이 만든 효모는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한국에 들여온 글로벌 프리미엄버거 브랜드 ‘쉐이크쉑’ 본사는 SPC그룹의 효모로 만든 빵(번)을 맛있다고 인정해 진출국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번(bun)을 직접 생산하고 있다. 

△현장경영 중시

▲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012년 3월30일 파리바게뜨의 100번째 해외 매장인 베트남 까오탕점을 방문해 고객을 만났다.

허 회장은 현장경영을 중시해 주말에도 주요 매장을 돈다고 알려졌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 가맹점 확장이 한창이던 2000년대 중반에 파리바게뜨 매장이나 연구소를 방문할 때 온도계를 챙겨 다닌 일화로 유명하다. 온도계로 밀가루반죽과 제빵실 온도를 재면서 빵의 품질을 살폈다고 한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매장도 직접 돌아보며 챙기기도 해 그가 현장경영을 얼마나 중요시 하는지 알 수 있다.

파리바게뜨의 직접고용 관련 문제도 이런 경영스타일에서 빚어진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허 회장이 직접 매장을 돌다가 케이크 냉장고가 비어있는 것을 보고 제빵기사의 조기출근을 지시했다가 직접고용 사건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신사업 성공 후 삼립식품 인수 

허 회장은 본업인 빵사업 뿐 아니라 과거 신사업이었던 프랜차이즈 브랜드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1985년부터 배스킨라빈스31을 성공적으로 운영했고 이 상황을 지켜본 던킨그룹으로부터 1993년에 ‘던킨도너츠’의 사업을 위탁 받았다. 

이후 그는 그의 형 허영선 전 삼립식품 회장으로부터 삼립식품을 인수했다. 허영선 전 회장은 제과점업계에서 입지가 좁아지자 본업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콘도와 음료사업, 패스트푸드사업 등 다각화를 추진했지만 1997년 5월 어음 3억 원을 결제하지 못해 부도를 냈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 때 허영인 회장은 2002년 삼립식품을 901억 원에 인수했고 2004년 SPC그룹을 만들었다. SPC는 삼립(Samlip)과 샤니(Shany)의 'S'와 파리크라상과 파리바게트의 'P', 그리고 비알코리아와 새로운 가족의 Companies의 'C'를 모아서 만든 이름이다.

▲ 2010년 12월22일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프랑스 대사관저에서 한국 내 프랑스 베이커리 이미지 향상과 한불경제협력의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정부로부터 공로훈장 오피시에를 받았다.

△‘공장 빵’에서 ‘갓 구운 빵’으로 전략 변화

허 회장은 아버지의 빵 공장에서 일하다 샤니공장 1곳을 물려받았다. 이후 '국진이빵'과 '포켓몬스터빵' 등 캐릭터 스티커가 들어 있는 빵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샤니를 키웠다. 하지만 크라운베이커리 등 당일 생산해내는 갓 구운 빵집으로 소비자의 관심이 옮겨가는 것을 보면서 당일 양산 빵으로 브랜드 전략 전환을 추진했다. 

그는 일본이나 미국식 이름을 정하지 않고 ‘빵의 고장’ 프랑스를 생각해 ‘파리크라상’이라는 이름을 짓고 당일 빵 생산 프랜차이즈를 만들었다. 이후 파리크라상이 독립기업으로 발족되면서 1988년 프랜차이즈 브랜드 '파리바게뜨'를 만들었다. 

파리바게뜨는 당시 국내 최초로 ‘베이크오프’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본사로부터 빵의 원료격인 생지를 받아 매장에서 빵을 직접 굽는 방식을 말한다. 허 회장은 가맹점주들이 당일 빵을 생산하는 일정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베이크오프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파리크라상은 기술이 없어도 신선한 빵을 팔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가맹점이 곳곳에 늘어나게 됐다. 

◆ 평가

▲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013년 12월1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싱가포르 정상 공식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임직원들 사이에서 매우 꼼꼼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빵을 수백만 개 만들어도 소비자는 빵 한 개를 산다. 한 개라도 좋지 못한 빵이 나오면 그것을 사먹는 사람은 빵이 나쁘다고 한다”라는 아버지 허창성 명예회장의 유지를 받들고 있다.

SPC그룹은 허 명예회장이 1945년 황해도 옹진에 문을 연 빵집 '상미당'에 뿌리를 둔 해방둥이 기업으로 2015년에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업계에서 부전자전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아버지의 유일한 취미가 ‘빵 만들기’였는데 허영인도 아버지 못지않게 신제품 빵을 만들고 개발하는 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허 명예회장은 1960년대 ‘크림빵’을 유행시켰다. 허영인 회장은 2003년 아버지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 찾아가 다시 출시한 크림빵을 바치기도 했다.

허영인 회장은 대외활동에 잘 나서지 않고 언론 인터뷰도 꺼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0년 KBS는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를 방영했다. 김탁구가 온갖 역경을 딛고 맛있는 빵을 굽는 법을 배워 아버지의 제빵사업을 이어받는다는 이야기다. 당시 드라마 김탁구의 실제모델이 허영인인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 비전과 과제 

▲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올해 미국 고용인력을 1만여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허영인 회장은 SPC그룹을 2030년 매출 20조 원, 세계 1만2천 개 매장, 일자리 10만 개를 창출하는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Great Food Company)’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 파리바게뜨를 처음 열었을 때(1988년)부터 파리바게뜨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꿈을 품었다고 한다.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출점 규제 등으로 국내시장에서 성장에 제한이 생긴 점도 해외사업에 힘을 쏟는 계기가 됐다. 

SPC그룹은 중국과 미국, 베트남 등 5개 나라에 300여 개 파리바게뜨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6년 5월 기준으로 200여 개였던 매장은 1년반 만에 약 100개가 늘어났다. 허영인은 2020년까지 파리바게뜨 해외매장을 3천 개로 늘린다는 목표가 있다. 미국에서만 2017년의 5배 수준인 300개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 제빵기사 직접고용과 부가적인 문제 

허영인 회장은 2017년 7월 제빵기사 직접고용 논란이 일자 자회사 해피파트너즈를 만들어 2018년 1월부터 제빵기사를 고용하며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2017년 7월 파리바게뜨에 근로감독을 실시한 뒤 제빵사를 불법파견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에 제빵사와 카페기사 모두 5,309명을 직접고용하도록 지시했다. 애초 5,378명으로 발표했으나 이 가운데 69명은 적법파견으로 확인됐다.

이에 파리바게뜨는 ‘합작사를 설립해 고용부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약 3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행정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행정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고용부의 시정명령 기한은 효력을 상실했다. 

이후 노사는 직접고용 방식을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양측의 논쟁이 벌어진지 3개월 만에 본사가 51% 이상 지분을 지니는 자회사 ‘해피파트너즈’를 설립해 이들을 직접고용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마무리됐다.

해피파트너즈는 2017년 12월 세워졌고 2018년 1월부터 고용을 실시하고 있다. 해피파트너즈 소속 제빵기사들은 기존 협력업체 소속일 때보다 임금이 평균 16.4% 올랐다. 휴일은 5일에서 8일로 늘어났다.

하지만 자회사 역할을 해온 협력업체들과의 관계 및 제빵기사의 처우 등을 놓고 계속해서 논란이 생길 염려가 있어 이에 원만히 대응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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