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에 젊은 감성 바람 넣어

[CEONEWS=이재훈 기자] 2019년 기해년 황금 돼지해 창간 20주년을 맞아 CEONEWS가 '대한민국 리딩 TOP CEO'를 선정합니다. 이번 선정을 통해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CEO들의 명예와 자존감을 앙양하고 그들의 업적과 노고를 치하하고 CEO PI의 본보기로 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2018년 9월14일 그룹의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해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영권을 사실상 승계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격변기를 겪고 있는 자동차산업의 변화 흐름에 맞춰 현대차그룹을 미래차시장에서 경쟁력을 지닌 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가 만드는 자동차의 미래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자동차시장은 내연기관차의 생산과 판매로 경쟁했던 시대를 지나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 시대로 접어들고 있으며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과도 결합해 정보기술(IT) 관련 기업과도 경쟁해야 하는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이 펼칠 현대기아차의 미래, 그의 도전 과제 등 그의 모든 것을 살펴봤다.

글 이재훈 기자 ljh@ceomagazine.co.kr

 

◈ WHO IS...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1970년 10월18일 서울에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현대그룹을 창업한 정주영 명예회장이 할아버지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아버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작은어머니, 정몽준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이 작은아버지다.

위로 누나 셋이 있다. 첫째 정성이 이노션 고문, 둘째 정명이 현대카드 부문장, 셋째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전무다.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대표이사 사장, 정문선 현대비앤지스틸 부사장, 정대선 현대비에스엔씨 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사촌이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장녀 정지선씨와 1995년 결혼하였으며 자녀로 진희, 창철 등 1남1녀를 두고 있다. 정지선씨는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했다. 장인인 정도원 회장은 정몽구 회장과 경복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관계가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복초등학교(1983년)와 구정중학교(현 압구정중학교, 1986년 졸업), 휘문고등학교(1989년)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1993년)했다. 졸업 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과장으로 입사했으나 곧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199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그는 일찌감치 현대차그룹의 후계자로 결정됐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실무부터 배워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했다. 바닥부터 시작하라는 정몽구 회장의 지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1997년 일본 이토추상사 뉴욕지사에서 2년 동안 일하다가 현대자동차 구매실장으로 다시 입사(1999년)한 뒤 현대차 이사(2000년)로 다시 1년 뒤 현대차 상무이사로 승진(2001년)했다. 그 이듬해 전무로 승진(2002년)하면서 국내영업본부 부본부장과 현대카드 전무이사도 겸임했다.

2003년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 겸 기아차 기획실장을 맡았다. 2년 뒤 사장으로 승진(2005년)하며 현대차그룹 기획총괄본부 사장과 현대모비스 사장을 겸임했다. 이후 대한양궁협회 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2009년에는 아시아양궁연맹 총회에서 아시아양궁협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2009년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현대차로 자리를 옮겼다.

2012년에는 현대제철 품질·경영기획부문 부회장에 선임됐고, 2013년 현대모비스 기획실·IT부문 부회장에 선임됐다. 2018년 9월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18년 9월 말 기준으로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이외에 기아차 비상근 이사, 현대모비스 상근 이사, 현대제철 상근 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기아차 대표로 재직하며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의 책임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해 ‘디자인 경영’을 이끌었고 현대차에서도 다수의 해외임원을 영입했다.

소박하고 겸손하며 현대차에 젊은 감성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자동차산업 위기상황을 조기에 수습하고 현대차그룹에 새 리더십을 구축해 미래차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해 그룹 경영권을 사실상 승계한 뒤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경영활동의 공과

조직 개편 및 인사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2019년도 현대차그룹 부회장단과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 2018년 12월 12일 실시된 현대차그룹 인사에서 연구개발본부 담당 양웅철, 권문식 부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났다. 차량성능담당 알버트 비어만사장을 외국인으로 처음으로 연구개발 본부장으로 임명하는 파격적인 인사가 이뤄졌다.

오랫동안 그룹 기획을 책임졌던 김용환부회장은 현대제철로 자리를 옮겼으며 현대차 사장으로만 8년 가까이 일한 정진행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현대건설로 이동했다.

부회장단 규모가 줄어듦에 따라 앞으로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경영보폭이 더욱 넓어졌다는 평가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미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2018년 11월엔 설영흥 중국사업총괄 상임고문이 비상임고문으로 물러났다. 설 고문은 20여 년 동안 현대차그룹에서 일하며 그룹의 중국 진출 토대를 다진 인물로 꼽힌다. 중국 정부를 설득해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의 합작기업 설립 허가를 받아내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한 인물이다.

이후 실시한 북미와 인도 러시아도 권역본부로 조직을 개편했다.

대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팰리세이드 출시

현대차는 2018년 11월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LA컨벤션센터에서 열린 ‘LA오토쇼’에서 플래그십(기함) 대형SUV ‘팰리세이드’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팰리세이드는 현대차가 출시에 많은 공을 들인 차량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11월27일 서울에서 열린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G90’ 출시 행사를 제쳐놓고 미국으로 향했을 정도다.

현대차그룹은 팰리세이드 초기 홍보를 위해 글로벌 팬덤이 강한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을 팰리세이드 홍보대사로 선정했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팔로워수가 많은 유명인까지 팰리세이드 홍보에 투입하는 전략을 펼쳤다. 미국에서 SUV시장 수요 증가에 뒤늦게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대내외적 지적에 따라 초기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LA오토쇼에서 기자들과 만나 팰리세이드 출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잘 나온 것 같다”며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팰리세이드 출시로 미국 법인의 실적이 반등할 수 있을지를 놓고는 “좀 봐야죠”라며 말을 아꼈다.

현대차는 LA오토쇼에서 팰리세이드를 공개함과 동시에 국내 고객을 대상으로 사전계약을 실시했는데 사전계약 시기에 2만 대가 넘는 차가 계약돼 흥행 청신호를 켰다. 현대차는 2018년 12월11일 국내에서 팰리세이드를 공식적으로 출시했다.

주가 부양 의지

현대차는 2018년 12월3일부터 2019년 2월28일까지 모두 2547억 원을 들여 보통주 213만6681주, 우선주 63만2707주를 사들이겠다는 자사주 매입 계획을 2018년 11월30일 발표했다.현대차는 “주가 안정화를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2018년 3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대폭 밑도는 영업이익을 발표한 뒤 현대차 주가가 2009년 이후 최저치를 보이는 등 부진하자 주가 부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됐다. 현대차가 향후 진행할 지배구조 개편에서 자사주를 활용하기 위해 매입을 진행한 것이라는 시각도 일각에서 나왔다.

그룹 계열사 개편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부회장이 승진한 뒤 그룹 계열사를 개편하여 현대다이모스와 현대파워텍은 2018년 10월19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현대다이모스가 현대파워텍을 흡수합병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현대차그룹에서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전달계) 사업을 하는 두 회사의 합병을 놓고 파워트레인 관련 사업을 하는 현대위아의 추가 합병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오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삼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는다면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배력을 높이는 방안이 추가로 마련돼야 할 것이다.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 움직임에 대응

정의선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처음으로 미국 방문을 주요 일정으로 선택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재계 총수들과 함께 북한을 방문했는데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청와대의 방북 요청을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한다.

현대차그룹을 둘러싼 미국 사업환경이 극도로 나빠질 위기에 처하면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다급하게 미국으로 향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미국에 수입되는 자동차에 최대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기 위해 수입차 관세 부과를 현실화하면 현대기아차는 미국에 수출하는 80만 대가량의 차량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어진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2018년 9월18~19일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과 조니 아이잭슨 조지아주 상원의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잇달아 만나 수입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놓고 국내 자동차업계의 우려를 전달했다.

한국과 미국이 최근 합의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에서 한국 자동차업계가 미국산 차량 수입 사안에서 많은 양보를 한 만큼 미국 정부도 한국에 호혜적 조치를 내려달라고도 요구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경제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의 앨라배마 공장, 기아차의 조지아 공장 등 미국에서만 공장 두 곳을 가동하고 있으며 2017년에는 미국에 2021년까지 31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경영보폭 확대

정의선 부회장은 2018년 9월 14일 그룹의 총괄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해 경영보폭을 넓혔다. 현대차그룹은 “정 수석부회장이 앞으로 그룹 경영 전반과 주요 사안을 정몽구 회장에게 보고하고 재가를 받아 실행하게 되며 정 수석부회장의 역할은 정 회장을 보좌하는 것”이라며 3세 경영 본격화라는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대외적 움직임이 갈수록 활발해졌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정의선 시대’가 열렸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2017년에 1월 소비자 가전 전시회 CES 2017 방문차 미국 라스베이거스 출장을 시작으로 추석연휴가 있던 10월을 제외하고 매달 한 차례 이상 해외출장을 떠났다. 중국과 미국, 유럽 등 주요 해외시장뿐만 아니라 베트남, 인도 등 신흥국도 챙겼다.

국내에서는 9월 제네시스 G70 출시를 기념한 콘서트 무대에 직접 올라 1만여 명의 고객들과 소통했다. 호프미팅과 한국시리즈 1차전 관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국빈만찬, 중국 충칭공장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남 등 대외 보폭도 넓혔다.

2009년 8월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9년 동안 다른 계열사의 직책을 맡지 않았다. 현대모비스 등 일부 계열사의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공식적으로 현대차 경영에 전념했다. 그러나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에 오르면서 현대차뿐 아니라 기아차와 현대제철,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카드, 현대글로비스, 현대로템, 이노션 등 그룹의 모든 계열사 경영을 관장할 수 있게 됐다.

외부기업과 협력 강화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과거 내부 연구개발조직에서 나온 성과에 기대 성장하는 것을 추구했던 그룹의 전략을 과감하게 수정하며 다양한 조직과 손을 잡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른바 오픈 이노베이션(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면서 내부와 정보를 공유해 새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현대차가 2017년 말부터 1년 동안 협업하기로 한 회사를 살펴보면 자율주행과 차량 공유 등 자동차의 이동성에 초점을 맞춘 기업들에 투자가 집중됐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부터 시작해 글로벌 대기업까지 파트너기업의 규모도 가리지 않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외부 기업과 협력하는 것은 현대차그룹의 체질 개선을 위한 움직임으로 읽힌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2018년 초부터 현대차그룹을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보다 더 ICT를 잘하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2018년 9월 인도에서 열린 ‘무브글로벌모빌리티서밋’에 참석해서도 “스마트 모빌리티(이동성) 솔루션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하며 현대차그룹을 단순 자동차 조립기업에서 탈피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인수합병에는 여전히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유망 기업을 아예 인수하는 전략을 펴지만 현대차는 단순히 지분에만 투자하고 있다. 그룹 차원의 ‘통 큰’ 베팅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상호 제휴나 인수합병을 통한 미래차 관련 기술 확보에 오랜 시간을 쓸 수 있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고성능 N브랜드 확대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고성능차 브랜드 N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현대차는 2017년 9월 첫 번째 N브랜드 모델인 i30N을 유럽에 출시한 데 이어 2018년 6월 두 번째 모델 벨로스터N을 국내에 출시했다. i30N은 1년 동안 3771대가 판매돼 연간 목표치 2800대를 넘어섰고 벨로스터N도 다섯 달 동안 연간 목표 판매량 300대의 3배를 넘는 1천 대 이상이 판매됐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2018년 1월 CES에서 “고성능차에서 획득한 기술을 일반 차량에 접목할 때 시너지 효과가 크다”며 고성능차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여기에 i30N과 벨로스터N의 판매가 순항하면서 현대차는 N브랜드 확대에 자신감을 얻었다. 2018년 4분기에 미국에서 벨로스터N을 출시했고 중국 국제수입박람회에서 벨로스터N을 선보이며 중국시장 진출에도 시동을 걸었다.

코나와 투싼 등 SUV에 N브랜드를 적용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친환경차까지 N브랜드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2018년 연말 인사에서 현대차그룹 최초의 외국인 연구개발본부장에 알버트 비어만 사장이 임명되면서 고성능차에는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비어만 사장은 BMW의 고성능 브랜드 M을 담당하던 임원 출신으로 2014년 말 고성능차 담당 부사장으로 현대차에 합류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2014년 고성능차 개발 전담부서를 만들고 비어만 사장을 영입하는 등 고성능차 개발계획을 재가동했다. 현대차는 2003년 철수한 월드랠리챔피언십에도 2014년부터 복귀했다. 현대차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 월드랠리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거머쥐었고 2018년 월드투어링카컵에서 종합 우승하는 등 모터스포츠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고성능차 N브랜드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작품으로 꼽혔던 PYL브랜드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카드로 여겨진다. PYL은 현대자동차가 개성있는 젊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이에 맞는 자동차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브랜드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PYL브랜드를 내걸고 i30와 함께 i40, 벨로스터 등의 차량을 선보였지만 PYL브랜드 차량이 국내에서 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으면서 PYL브랜드는 사실상 해체됐다.

현대차의 미래차 방향성 제시

2017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서 직접 발표자로 나서 현대차의 미래차 방향성을 제시했다. 현대차의 미래차 방향성은 △친환경 이동성 △이동의 자유로움 △연결된 이동성 등 3가지였다.

친환경 이동성은 현대차가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를 보급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개념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2020년까지 하이브리드차 5종,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4종, 수소전기차 1종 등 친환경차 제품군을 14종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동의 자유로움은 운전자가 사고 등 위험 없이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도록 완전 자율주행기술이 구현된 차량을 개발하겠다는 방향성이다. 연결된 이동성은 차량 등 이동수단이 운전자의 주거환경, 근무환경 등과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는 모든 사물과 연결될 수 있으며 운전자는 차량에 원격으로 접속해 차량을 움직일 수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현대차는 국산차 최초로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범한 지 3년 만에 글로벌 판매 20만 대를 달성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2015년 11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전 세계에서 20만6882대의 제네시스 모델이 판매됐다. 대형 세단인 G80이 12만7283대로 가장 많이 팔렸고 초대형 세단 G90이 5만2417대, 스포츠 세단 G70이 2만7182대 팔렸다.

G70은 미국 모터트렌드 2019년 1월호에서 2019 올해의차로 선정됐다. 모터트렌드는 “그동안 BMW 3시리즈의 경쟁자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토요타와 닛산, 혼다와 GM이 실패한 것을 제네시스가 해냈다”고 높이 평가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인지도와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는 자동차업계 흐름에 발맞춰 2019년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의 SUV인 GV80을 선보인다. 2020년에는 소형 럭셔리 SUV GV70과 소형 럭셔리 스포츠쿠페를 출시해 모두 6개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현대차는 2015년 11월 세계에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제네시스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초기 기획 단계부터 외부 인사 영입과 조직개편까지 모든 과정을 기획하고 주도한 야심작으로 평가받았다. 이 때문에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패가 정의선의 경영권 승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기아차 디자인경영 성과

2005년 기아차 사장에 취임한 이후 ‘디자인 경영’을 추진하면서 기아차는 2008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K시리즈, 쏘울, 모하비등 기아차 대표차종은 디자인경영의 결실로 꼽힌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기아차 디자인경영의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 평가

할아버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아버지 정몽구 회장을 진심으로 존경한다고 한다. 특히 아버지 정몽구 회장을 대단히 깍듯하게 모신다. 경영권 승계 얘기가 나오면 “아버지가 건재하신데 왜 그런 말이 나오냐”며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버지와 함께 있을 때 아버지보다 앞서지 않으려고 한다. 이를 두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이 가풍으로 내려오고 있기 때문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재벌 3세인데도 소박하고 겸손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창의적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바른 행실과 사업적 능력이 모두 갖춰진 인물로 평가받는다. 워커홀릭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일을 많이 하며 항상 오전 6시30분 출근하는 아침형 CEO로 꼽힌다. 반면 주말은 아내와 세 명의 자녀들과 스키를 타는 등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에 젊은 감성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코나 신차 발표회에서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나와 관심을 끌었다. 종종 직원들과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들이 검은색 세단을 주로 이용하는 걸 알면서도 다크블루 색상의 에쿠스를 타기도 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017년 7월1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오너 경영인으로서 정의선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당시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정의선을 기아차 사장으로 임명하고 그룹 차원에서 지원해 기아차를 회생시켰다. 정의선의 능력에 대해 시장에서는 의구심이 거의 없다”며 “그에 비하면 삼성이나 이건희 회장은 이재용에게 경영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는 게 부족했다”고 밝혔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2017년 6월 소형 SUV 코나 발표회에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등장하면서 외국 언론들이 정의선의 경영능력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당시 미국 포브스는 “현대차가 독일, 일본 등 경쟁회사들과 어깨를 겨누기 위해서는 진정한 글로벌 완성차회사가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 본사에서 영어 공용화, 외국 출신 주요 임원 영입, 해외법인의 자율성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포브스는 “정의선이 재임기간에 현대차를 그렇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그리고 수년 뒤에 그 모든 것이 (정의선이 코나 공개행사에서 입은) 티셔츠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돌이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경제전문 매체 니케이아시안리뷰도 “정의선이 현대차가 직면한 도전들을 언제쯤 해결할 수 있을지 점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며 “하지만 그가 산업의 변화를 이해하고 고객친화적 접근방식을 보유한 인물이라는 점을 리더십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고 바라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가끔 골프도 함께 친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와 테니스 실력이 수준급이다. 폭탄주 10여 잔은 거뜬할 정도로 주량이 센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의 자동차 버라이어티쇼 프로그램인 ‘탑 기어’를 즐겨 본다고 한다.

2005년부터 15년째 대한양궁협회 회장을 맡으며 한국 양궁 선수들을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2017년 2월에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양궁대표팀이 사상 최고 성적을 거두는 것을 지원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9회 소강체육대상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2018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아게임에서 대한양궁협회는 국가대표팀이 머물 숙소로 양궁경기장에서 600m 떨어진 곳에 호텔을 잡았다. 훈련을 받거나 경기를 하다가 지친 선수들이 쉬다 올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자카르타 선수촌 식당에는 김치 말고는 한식이 없는 점에 주목해 시내 한식당에서 도시락을 공수해 선수들을 먹이기도 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2018년 8월 초 선수들이 아시안게임 참가를 위해 출국하기 직전 충청북도에 있는 진천 선수촌을 찾아가 선수들에게 부족한 게 없는지 묻기도 했다. 이때 책과 냉장고도 선물했다. 정 부회장은 선수들과 메신저로 직접 소통도 하고 있다.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대표이사 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과 초등학교 동창이다. 윤석민 태영건설 부회장과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은 고등학교 동문이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대학교 은사다. 종종 경영자문을 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비전과 과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격변기를 겪고 있는 자동차산업의 변화 흐름에 맞춰 현대차그룹을 미래차시장에서 경쟁력을 지닌 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자동차시장은 내연기관차의 생산과 판매로 경쟁했던 시대를 지나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 시대로 접어들고 있으며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과도 결합해 정보기술(IT) 관련 기업과도 경쟁해야 하는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독일 폴크스바겐과 미국 포드 등은 글로벌 선두권 완성차기업들은 모두 내연기관차 생산과 판매 비중을 줄이고 구조조정을 통해 전기차 생산과 판매 비중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완성차기업뿐만 아니라 구글과 바이두 등 IT기업, 다이슨 등 가전기업 등도 전기차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도 2018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제품박람회 CES2018에서 자동차시장 패러다임 전환을 놓고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수소전기차로 가면 일하는 방식이 점점 달라질 것”이라며 “먼저 하느냐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다. 의사결정 속도와 방식 등에서 자동차기업들이 ICT(정보통신기술)기업보다 더 ICT스러운 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2018년 현재 13종인 전기차 모델을 2020년까지 29종으로, 2025년까지 36종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현재 ‘넥쏘’ 1종에 불과한 수소차도 2020년까지 1종 더 출시하기로 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가 강점을 지닌 수소차 분야에 투자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2018년 12월11일 충북 충주의 현대모비스 공장에서 열린 수소연료전지 제2공장 신축 기공식에서 “수소전기차처럼 수소 에너지를 활용하는 새로운 산업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로서 산업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연간 50만 대 규모의 수소전기차 양산체제를 갖추기 위해 2030년까지 모두 7조6천억 원을 투자하고 5만1천 명을 새로 고용하는 내용을 담은 ‘FCEV 비전 2030’도 공개했다. 자율주행 등 첨단기술 확보와 관련해 세계 유망 스타트업(신생 벤처회사)과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를 소유했던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점차 자동차를 공유하는 시대가 다가오면서 이에 걸맞은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도 노력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7년에서야 차량공유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했는데 이후 싱가포르 ‘그랩’에 2500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공유경제 진출에 점차 속도를 냈다. 2018년에도 인도와 호주의 차량공유기업에 투자하기도 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현대차의 사업구조를 미래차 산업에 걸맞게 재편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점차 전장화되는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부품기업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선 수석부회장도 이를 인지하고 현대모비스를 현대차그룹의 중심 회사로 세우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2018년 3월에 내놨던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도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한 합병법인을 현대차그룹의 지배회사로 세우는 방안을 뼈대로 하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를 현대모비스 중심의 친환경과 전장부품 전문기업과 현대다이모스와 현대파워텍의 합병법인 현대트랜시스의 파워트레인 전문기업 등으로 재편할 것이라는 관측이 증권가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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