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까지 매출 10조원 달성해 국내 1위 유통기업 목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CEONEWS=이재훈 기자] 2019년 기해년 황금 돼지해 창간 20주년을 맞아 CEONEWS가 '대한민국 리딩 TOP CEO'를 선정합니다. 이번 선정을 통해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CEO들의 명예와 자존감을 앙양하고 그들의 업적과 노고를 치하하고 CEO PI의 본보기로 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소통의 오너'...SNS 팔로워 18만명

2023년까지 매출 10조원 달성해 국내 1위 유통기업 목표

정용진 부회장은 인문학을 바탕으로 ‘소통의 오너’라는 별명답게 소통의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8만 명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3월 출범한 통합 온라인법인에서 2023년까지 매출 10조 원을 달성해 국내 1위 유통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신세계그룹은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대해 해소하고 첨단기술 도입을 통한 유통업 혁신, 항공·제조업 등 신성장 동력 확보 등도 과제로 꼽힌다. 중장기적으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상속받아 경영승계를 완전히 마무리해야 한다.

[WHO IS...]

◆ 생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1968년 9월19일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외할아버지다. 이병철 창업주의 막내딸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1남 1녀 가운데 장남이다. 동생은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다.

경복고등학교를 졸업(1987년) 후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를 1년 다녔고 이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미국 브라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1997년)했다. 외사촌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경복고등학교 동기동창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1993년 배우 고현정씨와 결혼했으나 2003년 이혼했다. 현 배우자인 플루티스트 한지희씨와 2011년 5월 재혼했다. 한씨의 부친은 한상범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정용진은 음악회 모임에서 한씨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12월 1남 1녀 이란성 쌍둥이를 낳았다.

정용진 부회장은 쌍둥이 출산으로 모두 2남2녀의 자녀를 두게 됐다. 전처인 고현정씨와 사이에 아들 정해찬 군과 딸 정해인 양이 있다. 정용진이 양육권을 지니고 있으며 두 자녀 모두 미국에서 유학하고 있다.

한국후지쯔 유통사업부에서 직장생활 첫 발을 내디딘 뒤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로 입사(1995년)해 2년 뒤에 기획조정실 상무(1997년)에 올랐다. 3년 뒤 부사장으로 승진(2000년) 후 6년 뒤 신세계 부회장(2006년)에 올랐다. 4년 뒤 신세계 대표이사(2010년)에 올랐고 1년 후 이마트 대표이사에 선임(2011년)됐다.

2013년 대표이사에서 모두 물러나 이마트에서 미등기임원으로서 총괄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온라인 판매채널을 강화하기 위해 온라인몰 전용 물류센터를 확충하고 있다.

이마트 자체상표인 피코크를 해외에 진출시키고 제조업에도 뛰어드는 등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경영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유행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유통업계에서 개성있는 트렌드세터라는 평을 듣고 있다.

이마트를 중심으로 마트, 편의점, 복합쇼핑몰 사업을 맡고 있고, 동생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에게는 신세계백화점을 중심으로 백화점과 면세점 사업을 맡기고 있다.

앞으로 초저가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보고 초저가시장을 대표하는 온라인몰에 신세계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

◆ 경영활동의 공과

△온라인 통합법인

정용진 부회장은 아마존을 롤모델로 삼아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 신설법인을 추진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중간은 없다”며 “미지의 영역인 초저가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마트와 신세계는 2018년 12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온라인사업부를 각각 물적분할한 뒤 2019년 1월14일 온라인사업부를 합병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2018년 1월26일 신세계와 이마트로 나뉘어 있는 온라인사업부를 통합해 신세계그룹 이커머스사업을 전담하는 신설회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신세계그룹은 2018년 10월31일 신세계그룹은 31일 ‘온라인사업 신설법인 신주 인수 계약 체결 발표식’을 열고 해외 투자운용사 어피니티, 비알브이와 온라인사업을 위한 투자유치를 확정했다. 투자받은 금액은 모두 1조 원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통합 온라인법인에서 2023년까지 매출 10조 원을 달성해 국내 1위 유통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용진 부회장은 온라인쇼핑에 핵심요소를 배송으로 꼽고 물류센터에 투자하고 있다.

△피코크와 노브랜드 등 자체상표 해외진출

정용진 부회장은 미국에서 이마트의 PB(자체상표)인 피코크키친마켓 ‘PK마켓’의 진출을 준비하며 미국 식료품 유통기업 굿푸드홀딩스를 인수했다.

굿푸드홀딩스는 ‘브리스톨 팜스’와 ‘레이지 에이커스’, ‘메트로폴리탄 마켓’ 등 3개 프리미엄 식음료품 유통 브랜드를 보유한 지주회사로 미국 서부 지역에서 24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레이지 에이커스는 유기농 식품과 건강 보조식품을 주로 판매하며 브리스톨 팜스와 메트로폴리탄 마켓도 고급 식음료품을 취급한다. 특히 브리스톨 팜스와 레이지 에이커스는 미국 위키피디아에 ‘고급(upscale)’ 식료품점으로 소개된 프리미엄 브랜드다.

정용진 부회장이 미국 현지의 유통 브랜드를 인수한 것은 이마트의 프리미엄 그로서란트(식료품을 뜻하는 그로서리와 레스토랑의 합성어) 매장인 PK마켓을 열기에 앞서 그에 걸맞은 수준의 식음료품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마트는 2018년 8월 미국 LA 시내에 PK마켓을 열기 위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이마트는 2016년 스타필드하남에 처음으로 PK마켓을 도입했다. PK마켓은 과거 미국 재래시장 분위기를 콘셉트로 소비자들이 식재료를 직접 사서 레스토랑에서 곧바로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마트는 미국 PK마켓의 개점시기를 2019년 하반기로 잡았다.

노브랜드는 아예 전문점까지 따로 내고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수출하고 있다.

이마트는 2018년 11월 필리핀 유통업계 2위 기업인 ‘로빈슨스 리테일’과 이마트 전문점 노브랜드와 센텐스를 수출하는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다.

2020년까지 노브랜드 매장 25곳을 필리핀의 주요 쇼핑몰과 백화점 등에 열기로 했다.

△편의점사업 이마트24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24를 통해 편의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마트24는 2018년 12월 미니스톱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을 써내 인수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신세계그룹이 미니스톱을 인수하면 단숨에 몸집을 불리고 편의점 사업의 적자를 해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와 아쉬움이 남게 됐다.

정용진 부회장은 2013년 위드미를 인수해 편의점사업을 시작했다. 새 성장동력의 핵심축으로 편의점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며 의지를 나타냈다.

2017년 위드미를 이마트24로 변경하고 상생을 내세우며 공격적으로 확장전략을 폈다. 다른 편의점과 달리 24시 영업을 강제하지 않고 매출의 일정 비율이 아닌 일정액을 떼는 월회비 방식으로 수수료를 뗀다. 또 영업위약금을 받지 않고 영업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학자금도 지원했다.

이런 전략으로 위드미 인수 당시 매장 수는 고작 88개였으나 2018년 말 기준 3707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2018년 들어 최저임금 인상과 편의점 거리제한 규제 등의 외부 악재에 부딪힌 데다 노브랜드 가맹사업 시작을 계기로 이마트24 가맹점주들과 갈등을 빚으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재인 정부 공감대 형성

정용진 부회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여러 차례 정부와 소통하며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정용진 부회장은 2017년 7월27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호프미팅에 참석한 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며 “뜻깊은 자리에 불러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정용진 부회장은 문 대통령과 중국 사드보복 문제를 놓고 대화했다.

그는 “정부정책이나 해법 그리고 기업의 입장과 현안들도 허심탄회하게 말하고 소통할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신세계가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2018년 6월에는 하남스타필드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만나 3년 동안 연 평균 3조 원을 투자하고 매년 1만 명 이상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신세계그룹과 협력업체의 성장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소외계층까지 배려해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사업모델과 시스템 구축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이 2018년 11월9일 정용진 부회장이 공을 들여 만든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에서 공정경제 전략회의를 열기도 했다. 이갑수 이마트 사장이 상생협력 사례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정용진 부회장은 2019년 1월15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이 주최한 기업인과의 대화에도 참석했다.

스타필드 오픈

△일렉트로마트 캐릭터 지식재산권 다각화

정용진 부회장이 가전제품 전문점 일렉트로마트의 캐릭터 일렉트로맨을 소재로 한 한국형 히어로 영화를 제작한다.

이마트는 1년에 걸친 준비 끝에 일렉트로맨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제작을 결정하고 이를 위해 영화 제작을 담당할 특수목적회사 ‘일렉트로맨 문화산업전문회사’를 2018년 7월24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자본금 1천만 원의 유한회사로 설립되며 투자자 유치, 제작, 배급 등 영화와 관련된 전반적 역할을 담당한다. 영화 개봉이 완료되면 청산된다.

정용진 부회장은 신세계그룹의 일렉트로맨 등 콘텐츠 경쟁력을 키워 미디어와 유통을 결합한 ‘미디어커머스’회사로 발돋움할 뜻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

정용진 부회장은 2015년 5월 소셜네트워크(SNS)에 마블 만화책 사진을 올리며 “나와 같은 많은 이들이 함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슈퍼 히어로를 리테일과 접목하는 것은 어떨까 상상만 해도 벌써부터 즐거워진다”고 말해 이런 의견에 힘이 실린다.

이마트는 일렉트로맨 영화를 2020년 개봉하기로 목표를 세웠다.

△특화점포 삐에로쑈핑 출범

정용진 부회장이 대형마트의 정체 속에서 오프라인 돌파구를 찾기 위해 특화점포인 삐에로쑈핑을 열었다.

삐에로쑈핑은 정용진 부회장이 “1년 동안 모든 걸 다 쏟아부었다”고 강조하며 만든 특화점포다. 정용진 부회장은 일본의 잡화점 돈키호테에 착안해 삐에로쑈핑을 출범한 것으로 알려졌다.

'펀 앤 크레이지(fun&crazy)'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만큼 '요지경 만물상' 콘셉트의 잡화점으로 꾸며졌다.

기존 오프라인 매장들이 상품들을 보기 좋고 찾기 쉽게 정돈해뒀다면 삐에로쑈핑은 정신없이 많은 상품을 소비자들이 보물찾기하듯 찾아볼 수 있도록 제품이 진열됐다.

2018년 6월28일 스타필드코엑스몰에 삐에로쇼핑 1호점을 열고 2019년 1월 기준으로 전국에 6곳의 매장을 뒀다.

정용진 부회장은 온라인쇼핑으로 이탈하는 고객들의 발길을 오프라인으로 돌리기 위해 삐에로쑈핑에 기존 온라인에서만 구매할 수 있던 상품들도 입고했다.

삐에로쑈핑을 놓고 돈키호테와 지나치게 흡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러한 지적에 “돈키호테보다 더 저렴하고 국내 중소기업 제품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 다르다”며 “일본처럼 도매상을 통한 납품보다는 제조업체부터의 직접 소싱이 많다는 점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중국에서 철수 결정

이마트는 오랫동안 고전하던 중국시장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2017년 9월7일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중국사업을 모두 정리하기로 했다. 이마트 중국점포는 태국 유통기업 차로엔 폭펀드(CP)그룹에 매각됐다.

이마트는 1997년 중국에 진출해 한때 현지 매장이 30개에 이르렀지만 현지 안착에 실패했다. 2016년 중국에서 손실 216억 원을 보는 등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동안 쌓인 영업적자만 1500억 원이 넘었다.

정용진 부회장은 중국시장에서 실패한 뒤 미국과 필리핀 등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정용진 하남

△제조업으로 확장

정용진 부회장은 유통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제조업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미 확보한 유통채널을 바탕으로 제조업을 추진하면 시너지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제조업을 하기로 결정한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2019년 상반기부터 가동되는 신세계푸드 오산 2공장을 통해 2023년까지 신세계푸드를 매출 5조 원의 글로벌 종합식품제조사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마트는 2017년 9월 노브랜드를 통해 TV제조영역으로 진출했다. 노브랜드 제품은 대부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마트가 개발과 기획 등을 맡고 생산은 외부에 맡기는 방식이다. 2018년 2월과 9월 잇따라 TV 후속모델을 내놓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탈리아 화장품 ODM 기업인 인터코스와 합작사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설립하고 2017년 2월부터 경기도 오산 공장에서 화장품을 생산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 기술 유통사업 접목

정용진 부회장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을 사업에 적용하고 있다.

이마트는 2018년 12월 문을 연 이마트 의왕점에서 인공지능 기반 안내 로봇 '트로이(Tro.e)'를 시범운영한다. 2018년 5월과 8월 두 차례 시연한 인공지능 로봇 페퍼에 대형 터치스크린을 적용해 이용 편의성을 높였다.

이마트는 2018년 4월 S-랩에서 연구개발한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주행 스마트카트 '일라이'를 공개했다. 11월 LG전자와 업무협약을 맺고 상용화를 목표로 스마트카트 본격 개발에 착수했다.

2017년 9월에는 인공지능 로봇 ‘나오’를 스타필드고양의 키즈매장 토이킹덤에 시범적으로 선보였다. 나오는 고객과 음성으로 대화를 통해 매장을 안내해준다.

신세계그룹은 2014년 미래생활상을 연구하는 전문가집단 S-랩을 세운 뒤 ‘아마존고’를 표방하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17년 6월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24 무인편의점도 시범적으로 내놨다. 앞으로 다가올 무인점포 시대의 핵심이 모바일 간편결제라고 보고 일찌감치 2015년에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SSG페이를 내놓기도 했다.

신세계그룹은 업계에서 처음으로 고객 맞춤형 일대일 소통 플랫폼인 ‘S마인드’를 개발하는 데도 성공했다. 4년가량 시스템기획팀, 영업전략팀, 고객기획팀 등 30여 명의 인력과 신세계I&C, 데이터분석회사가 개발에 매달렸다.

△스타필드하남과 스타필드고양, 복합쇼핑몰 사업 속도

신세계그룹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하남이 2016년 9월 개장 후 성공적 첫해를 보낸 것으로 평가됐다. 2017년 상반기에 흑자 100억 원 이상을 냈다. 영업 첫해 입주업체 매출목표가 8200억 원이었는데 목표를 넘어 1년 동안 매출 8500억 원을 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8월까지 2500만 명이 다녀갔다. 수도권 거주 인구 전체(지난해 기준 2539만 명)와 맞먹는 규모다. 고객 평균 체류시간(주차시간 기준)은 기존 유통시설의 2배 이상인 5.5시간에 이르렀다.

애초에 신세계그룹이 내세운 '체류형 복합쇼핑몰'이 어느 정도 통한 셈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스타필드의 사업전략을 두고 "고객의 소비보다 시간을 빼앗겠다"고 강조해 왔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스타필드하남은 지역경제에도 기여했다. 스타필드하남 직원 가운데 60%가 하남시민이다. 또 방문객 가운데 하남시 이외 지역에서 온 소비자가 85%를 차지했다.

신세계그룹은 스타필드하남에 1조 원을 투자하며 그룹 차원의 역량을 쏟아부었다.

정용진 부회장은 2016년 9월 열린 개장행사에서 “지난 5년 동안 연구와 고민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쇼핑시설을 만들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별마당도서관은 2017년 5월 말 문을 열었는데 스타필드코엑스몰은 집객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2017년 8월24일 스타필드고양도 문을 열었다. 부지면적 9만1천 ㎡, 전체면적 36만4천 ㎡, 매장면적 13만5500㎡에 동시주차 4500대 규모다. 스타필드하남(1호점), 스타필드코엑스몰(2호점)에 이은 신세계의 세 번째 복합쇼핑몰이다.

스타필드고양은 6500억 원의 매출목표를 세웠는데 개점 후 1년 만에 누적 방문객 수가 20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순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용진 부회장은 스타필드하남과 스타필드코엑스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통해 서울 강남권에서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다.

하남스타필드 개관식

△남매경영

정용진 부회장은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과 사업부문을 나눠 경영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를 중심으로 마트, 편의점, 복합쇼핑몰 등의 사업을 맡고 동생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신세계백화점을 중심으로 백화점, 면세점 등의 사업을 맡는다.

2015년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총괄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남매 분리경영이 본격화했다.

2016년 4월 정용진 부회장은 정 사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을 매입하고 그가 들고 있던 신세계 지분을 정 사장에게 매각했다. 이를 통해 분리 승계구도를 명확히 했다.

이후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에서 스타필드, 이마트 트레이더스, 피코크, 노브랜드 등의 신사업을 추진했다. 정 사장은 백화점 신규 출점과 증축, 면세점 사업 확대에 나섰다.

△트렌드에 밝아 경영에 반영

재계 3세 경영자들 가운데 얼리어답터이자 트렌드세터로 알려졌다.

2019년 1월1일 인스타그램에 새해 첫 쇼핑이라며 인공지능(AI) 디스플레이 구글홈허브를 개봉하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기존 인공지능 스피커가 음성으로 응답한다면 구글홈허브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사용자와 소통하는 제품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2018년 잡화점 삐에로쑈핑을 출범했는데 일본 돈키호테의 영향을 받았다. 그는 2017년 9월24일 일본의 유명 잡화점 ‘돈키호테’를 방문한 사진을 올리며 #어슬렁어슬렁 #시장조사 중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2017년 3월 테슬라의 스타필드하남 입점도 정용진 부회장이 평소 첨단 자동차에 쏟았던 관심이 한몫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용진 부회장은 테슬라 매장이 문을 열던 날 직접 매장을 찾아 테슬라 자동차를 주문하기도 했다. 테슬라가 공식 수입되기도 전인 2014년에 전기차 ‘모델S’를 직접 들여와 국내 첫 고객이 되면서 관심을 받기도 했다.

신세계그룹은 소비 트렌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유통업을 주력으로 한다. 정용진 부회장이 재계 오너경영인으로 보기 드물게 SNS 등을 활용한 소통을 활발히 하고 유행에 앞서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사업적으로 득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신세계그룹이 지분 참여를 통해 운영하는 스타벅스가 이런 사례로 꼽힌다.

정용진 부회장은 국내 커피전문점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 유학생활을 통해 스타벅스를 접하고 한국 진출을 끌어냈다.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수제맥주전문점 '데블스도어'도 정용진 부회장이 수제맥주 애호가인 데서 사업적 아이디어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SNS 활동을 즐기는데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에 게재한 글 가운데 음식은 최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식가인 그를 통해 숨은 맛집들이 속속 알려지며 이마트의 자체상표 식품들이 줄줄이 개발되는 계기가 됐다.

해외출장을 통해 견문을 넓히고 새로운 브랜드를 한국에 들여오는 데 힘쓰고 있다. 세계의 디저트가게와 유명 카페 등을 둘러보면서 경험한 외국의 쇼핑공간을 신세계그룹의 복합쇼핑몰 등에 적용했다. 해외 PB 박람회를 방문해 이마트 PB 상품을 개발하는 데 영감을 얻기도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경영

정용진 부회장은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홍보와 고객과 소통 등 경영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의 SNS를 보면 신세계그룹의 전략이 보인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스타필드고양 개장을 앞두고는 2017년 8월 인스타그램에 ‘언제 올고양?, 스타필드 고양’이라는 문구가 담긴 포스터를 올려 직접 홍보에 가세했다. 남성 전문편집숍 ‘하우디’, 외식브랜드 ‘데블스다이너’ 등의 개점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예고하기도 했다.

노브랜드와 피코크 등 이마트 자체상표(PB) 역시 개시할 때부터 정용진 부회장의 SNS 홍보효과를 톡톡히 봤다. 정용진 부회장이 2017년 8월 페이스북에 올린 이마트 홍보용 웹드라마는 2017년 9월25일 조회 수 72만 회를 기록했다.

회사 내부에서 아직 발표하지 않기로 한 제품 개발 등을 정용진 부회장이 먼저 SNS에 올려 ‘엑스맨’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듣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소비자들은 SNS 댓글을 통해 정용진 부회장에게 이런저런 ‘민원’을 직접 전달하고 있다.

‘낚시매장을 만들어 달라’, ‘스타필드고양 트레이더스몰은 주차하기가 힘들다’, ‘신세계백화점 남자화장실 변기 개수가 부족하다’, ‘이마트 장바구니를 차에 실어 들고 가는 걸 봤는데 보안을 강화해야 할 것 같다’, ‘신세계I&C 주가가 힘을 못 쓰고 있어 불만이다’, ‘스타필드하남 근처 숙소로 호텔 건축계획은 없느냐’ 등 민원의 종류는 다양하다.

◆ 평가

▲ 정용진 부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정용진 부회장은 ‘소통의 오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SNS 활동을 즐겨한다. 2011년 해킹사건이 발생하며 트위터 활동을 중지했으나 이후에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마트 상품, 스타필드하남 등을 활발하게 홍보하고 있다.

2019년 1월 기준으로 정용진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8만 명으로 국내 재계 총수 가운데 가장 많다. 정용진 부회장을 '이마트 아저씨'라는 친근한 애칭으로 부르는 댓글도 종종 보인다.

소비자와 가까워야 하는 유통업종의 특성상 대중의 관심을 즐기는 것은 단점이 아니라 덕목이라는 평가가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2010년경 아이폰 열풍이 불어오기 전부터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해외에서 구매해 사용해온 오래된 애플의 '충성고객'이다.

인문학을 바탕으로 소통의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5년 4월 SBSCNBC에서 방송된 ‘인문학 지식향연'에서 첫 강연을 맡아 인문학을 통한 스마트 시대의 위기 극복방안으로 ‘인문학적 지혜가 담긴 글을 읽을 것', '많이 생각하고 직접 글을 써 볼 것', '주변 사람들과 토론하는 연습을 많이 할 것' 등 세 가지를 제시하기도 했다.

감명 깊게 본 책으로 김태길 서울대 명예교수의 ‘삶이란 무엇인가’를 꼽았다. 그는 책을 인용해 “생활의 안정과 자아의 성장 등이 행복의 조건”이라며 “신세계가 이 조건을 충족하는 회사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부회장 재임 기간이 재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길다. 정용진 부회장은 2006년 11월 신세계그룹 부회장에 올라 만 11년 넘게 부회장에 머물고 있다.

◆ 비전과 과제

▲ 정용진 부회장 신세계그룹 부회장(가운데)과 이철주 어피니티 부회장(왼쪽), 윤관 BRV 대표(오른쪽)이 2018년 10월31일 오후 서울 반포에 있는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신설 법인 신주 인수 계약 체결 발표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용진 부회장은 2019년 3월 출범하는 통합 온라인법인에서 2023년까지 매출 10조 원을 달성해 국내 1위 유통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용진 부회장은 이를 위해 신세계그룹이 기존과 전혀 다른 원가 구조의 사업모델을 만들고 상품 개발부터 제조, 물류, 유통, 판매 등 모든 과정의 구조를 개선하면서 단기적이 아닌 구조적 변화를 통해 초저가 제품을 공급할 것을 요청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구체적으로 △지속운영 가능한 상시적 구조 △다르게 볼 수 있는 시각과 창의적 마인드 △경험에서 고객의 소비흐름을 찾아 사업모델로 만드는 능력 등 세 가지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신세계그룹을 향한 골목상권 침해 논란도 해소해야 하는 과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골목상권 보호 움직임이 더욱 강화되고 있어 정용진 부회장의 사업 확대전략에 부담을 준다.

신세계그룹은 노브랜드 전문매장, 헬스앤뷰티(H&B)숍, 편의점 등을 확대하고 있는데 모두 소규모 점포인 만큼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거세다. 복합쇼핑몰 건립을 두고도 지역상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마트가 2019년부터 노브랜드 가맹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혀 이마트24 가맹점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24와 노브랜드의 근접출점 문제를 놓고 “뼈아픈 실책”이라고 말했는데 양쪽을 성공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새로운 해외시장 개척도 중요하다.

정용진 부회장은 2017년 중국시장에서 이마트를 철수한 뒤 관심을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로 향했다. 이마트는 베트남에 고밥점 단 하나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데 앞으로 동남아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2019년 베트남 호찌민에 이마트 2호점을 내기로 했다. 2020년까지 4~5개 점포를 추가할 계획을 세웠다.

몽골에도 2016년 7월 몽골 이마트 1호점을 오픈한 데 이어 2017년 9월29일 울란바토르에 이마트 2호점을 열었다.

이마트 자체상표 피코크로 홍콩과 미국시장을 공략하고 있고 점유율을 늘리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이마트는 피코크를 시작으로 노브랜드와 이마트 e브랜드를 홍콩 슈퍼마켓체인점 웰컴이 운영하는 슈퍼마켓 모든 점포(338개 점)에 판매한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정용진 부회장은 첨단기술 도입을 통한 유통업 혁신, 항공·제조업 등 신성장 동력 확보 등도 과제로 꼽힌다.

중장기적으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상속받아 경영승계를 완전히 마무리해야 한다.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으로 경영권 승계구도가 명확히 나뉘어 있다. 남은 것은 이 회장의 신세계 지분 18.22%를 상속하는 일이다.

정용진 부회장이 지분을 상속하려면 수천억 원으로 예상되는 증여세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정용진 부회장이 들고 있는 광주신세계 지분이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사장은 2006년 부친 정재은 명예회장으로부터 지분을 물려받을 때 3500억 원의 증여세를 신세계 주식으로 현물 납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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