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의 어제와 오늘에 대한 공감 I

[CEONEWS=김관수 기자]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에 이어 제2의 도시 메데진으로 향했다. 도시 곳곳에 예술적 기운이 가득한 메데진은 어두웠던 과거가 깔끔히 치유된 재탄생의 현장이었다. 국내에서도 종종 이슈가 되고 있는 도시재생에 대해 배울 수 있었던 고마운 시간으로 남았다.

글+사진 김관수 travel.everythings@gmail.com

 

메데진Medellín

해발 약 1,500미터의 안데스 산맥 고원 지대에 위치한 메데진은 콜롬비아의 제2의 도시이자 안티오키아Antioquia 주의 주도이다. 보고타에 비해 아늑한 분위기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도시로 365일 따스한 봄 날씨를 띠며 ‘영원한 봄의 도시’로 불리기도 한다. 1970~90년 대 마약과 범죄 등으로 어둠의 이미지가 강했던 메데진은 이후 혁신 도시로 거듭나며 이제는 희망의 도시로 그 모습을 탈바꿈했다. 때문에 더욱 매력적인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도시가 아닐 수 없다.

코뮤나13 Comuna13

달동네의 감동 스토리

코뮤나13은 과거 반군과의 전쟁, 갱들 사이의 총격전, 폭행과 강도 사건 등으로 콜롬비아에서 가장 위험했던 빈민가였다. 그런 곳을 메데진 여행의 첫 목적지로 소개받은 건 완벽하게 뒤바뀐 달동네의 반전 스토리 때문인 것 같다. 이제는 콜롬비아에서 가장 평화롭고 안전한 여행지로의 여행이 시작됐다.

좁은 골목을 따라 이어진 경사가 급한 언덕, 그 언덕에 매달려 다닥다닥 층을 이루며 붙어 있는 작은 집들. 그리고 마을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강렬한 그라피티들. 사실 그 풍경까지는 우리나라에서도 관광지가 되어버린 몇몇 벽화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경사가 더욱 급해지고 주민들의 삶의 현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이 마을을 뒤바꾼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저 평범해 보이는 6대의 전기 에스컬레이터 Tramo1-6. 걸어서 마을 정상까지 오르는데 30~40분 걸리던 이동 시간이 에스컬레이터 덕에 10~15분 정도로 단축되면서 마을에 신선한 활기가 찾아 들었다.

이동의 어려움으로 시내와 단절됐던 탓에 범죄조직이 주둔하기 좋은 소굴로 악명 높던 마을이었지만, 경찰과 안전요원들이 찾아와 주민들을 살뜰히 돌보며 새로운 행복이 찾아든 것. ‘에스컬레이터의 기적’이나 다름없는 스토리를 전해 듣고 난 뒤부터 수많은 그라피티에서도 또 다른 이야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단순히 예쁘고 멋있는 그림이 아닌, 과거의 아픔과 슬픔을 기억하고 더욱 밝은 미래를 위해 나아가고자 하는 주민들의 염원이 담긴 메시지들.

특히, 전쟁이 끝나길 바라는 애타는 마음으로 집 안에 숨어 흔들었던 하얀 손수건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함께 공감하고 잊지 말아야 할, 말 없는 가르침이었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예술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발걸음이 조금씩 느려지던 때, 어느새 마을 꼭대기에 도착했다. 왠지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시원한 전망 속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나쳐 온 마을의 평범한 일상도 내려다보였다.

집을 수리하는 사람, 작은 공사를 위해 주차하고 있는 트럭, 골목을 어슬렁거리는 강아지 그리고 깜짝 댄스공연을 열어준 동네 아이들. 이런 소소한 풍경들이 어느 마을의 꿈이 되거나 기적으로 표현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언제까지나 지속되길 바라는 코뮤나13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풍경인 것처럼 보이고 있었다.

보테로 광장과 안티오키아 박물관 Plaza de Botero & Museo de Antioquia

콜롬비아가 담긴, 보테로 식 예술세계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 콜롬비아를 대표하는 예술가로 꼽히는 그의 작품은 한눈에 보면 그의 작품임을 알 수 있을 만큼 독특한 화풍을 보여준다. 둥글고 육감적인 인물 표현과 왠지 장난스럽기까지 한 세부 묘사 등은 미술을 몰라도 그의 작품에 눈길을 주기에 충분하다. 메데진에서 가장 활력이 넘치는 보테로 광장에는 그가 만든 23개의 조각상이 광장 안에 유쾌한 기운을 잔뜩 뿌려 놓았다. 메데진의 어느 곳보다도 밝은 기운이 가득히 느껴지던 그곳에서 잠시 머무는 동안, 조각상 앞마다 콜롬비아노 특유의 밝고 쾌활한 모습들이 연출되었다. 그들의 눈에도 흥미로운 보테로의 작품들을 더욱 풍성하게 감상하기 위해 광장 한편의 안티오키아 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안티오키아 박물관은 전 세계에서 보테로의 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어 이미 많은 애호가들과 여행객들로 분주했다. 전시실의 가장 앞에서 관람객을 맞는 작품은 그의 아들의 초상화. 아직 어려보이는 얼굴, 안타깝게도 보테로 보다 먼저 세상을 뜬 아들의 얼굴로 이곳에 걸리게 된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전시장의 가장 앞에 내 아들의 초상화를 걸어주세요” 보테로가 박물관에 자신의 작품들을 기증하며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제시했던 단 한 가지의 조건이었다. 이렇듯 보테로의 작품 하나하나에는 그가 세상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와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독특하고 유머러스한 표현의 이면에는 사회 이슈에 대한 비평과 콜롬비아에 대한 걱정과 애정이 깊게 녹아 있었다. 보테로 식의 표현이기에 더욱 관심을 갖고 집중할 수 있었던 콜롬비아 이야기들이었다.

메데진 보타닉 가든 Botanic Garden

영원한 봄의 도시로 불리는 메데진의 다양한 식물들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세계적인 생태계의 보고로 손꼽히는 콜롬비아이기에 한 번쯤 들러볼만한 곳으로, 빨강 바나나와 같은 특이한 종을 비롯해 약 1천 여 종 이상의 생물과 4,500여 종의 꽃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독특한 난초들이 많아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곳곳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이나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한 사진 촬영 모습도 볼 수 있다.

푸에브리토 파이자 Pueblito Paisa

영어로 ‘Little Town’, 작은 마을이라는 뜻의 푸에브리토 파이자는 메데진이 속해 있는 안티오키아 주의 전통건축과 생활양식 등을 재현해 놓은 곳이다. 작은 돌 분수를 중심으로 광장 안에 전통적인 교회와 시장, 이발소 등이 앙증맞은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이곳은 도시를 전망하기 좋은 뉴티바라 힐Cerro Nutibarra의 정상에 위치하고 있는데, 사방으로 펼쳐진 메데진의 다채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널찍한 전망대 곳곳에서 시민들이 여유롭게 휴식을 즐기고 있어 잠시 쉬어 가기에도 좋은 곳이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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