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중심 "금융혁신"을 이끈 CEO

[CEONEWS=오영주 기자] 2019년 기해년 황금 돼지해 창간 20주년을 맞아 CEONEWS가 '대한민국 리딩 TOP CEO'를 선정합니다. 이번 선정을 통해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CEO들의 명예와 자존감을 앙양하고 그들의 업적과 노고를 치하하고 CEO PI의 본보기로 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허인 KB은행 은행장.

변화와 혁신은 생존을 위한 숙명

고객과 직원 중심의 디지털 KB로 거듭나

“인공지능과 5G로 대표되는 초연결 시대가 도래하는 지금, ‘변화와 혁신’은 생존을 위한 ‘숙명(宿命)’이 되었다”며 “제가 ‘고객과 직원 중심의 디지털 KB’와 ‘역동적∙혁신적인 조직문화’를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은행산업 대전환기의 흐름을 감안한 것”이라 허인 KB은행장은 19년 하반기 조회사에서 말했다.

정부대출규제 강화로 은행간 경쟁이 치열한 요즘 KB국민은행의 허인 행장이 온라인쇼핑몰 중소 판매업자를 대상으로 한 ‘KB 셀러론’ 상품이 혁신금융 상품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제휴한 온라인쇼핑몰의 신용도를 기반으로 입점 셀러에게 대출해 주기 때문에 중소 사업자도 자금 확보가 보다 수월하다.

대출 시장에서 새 먹거리를 선점하여 효과를 보고 있는 KB은행의 허인행장을 만나보자.

◆ 생애

허인 KB국민은행장은 1961년 경상남도 진주에서 태어났다. 시중은행장들 가운데는 비교적 젊은 편이다.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장기신용은행에 입사했다가 외환위기 당시 회사가 합병되면서 국민은행에 합류했다. 기업금융 실무는 물론 영업과 함께 여신심사와 경영기획부문도 경험했다.

시중은행장 가운데 첫 노조위원장 출신 은행장이기도 하다. 노조위원장으로 일하면서 리더십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되며, 윤종규 회장이 2014년 11월에 취임한 뒤 손발을 직접 맞추게 됐는데 합이 좋다는 말이 나온다. 전무일 때부터 ‘실세’였다는 평가도 일각에서 나온다.

윤종규 K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3년 동안 겸직했던 국민은행장 자리를 물려받게 되면서 한국 ‘리딩금융그룹’ 경쟁의 최전선에 섰다.

◆ 경영활동의 공과

은행에서 다양한 경험

1988년 기업금융 특화은행인 장기신용은행에 입사한 뒤 기관영업을 주로 맡았다. 1999년 장기신용은행의 통합을 통해 국민은행에 합류했다. 장기신용은행 출신들이 소매금융 위주였던 국민은행에서 대거 떠난 것과 달리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다.

2001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 당시 전산통합 추진을 맡았고 합병 이후 여신프로세스 선진화를 위해 추진한 종합 정보 시스템(ACRO) 개발 태스크포스팀의 팀장을 역임하면서 IT분야 경험을 쌓았다.

그 뒤 대기업부장, 동부기업금융지점장, 삼성타운대기업금융지점 수석지점장 등 기업금융분야를 주로 맡았다. 2013년 7월 여신심사본부 상무로 승진했다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2014년 11월 취임한 뒤 실시한 첫 인사에서 경영기획그룹 전무 겸 국민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발탁됐다.

2015년 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전무 시절 윤종규 회장으로부터 카카오뱅크 설립을 위해 카카오와 제휴할 것을 지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업무를 총괄했다. 국민은행이 주주로 참여한 카카오뱅크 설립 컨소시엄은 2015년 1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았다.

기관영업에 강해

2016년 1월 국민은행 영업그룹 부행장에 오른 뒤 국민은행의 영업 전반을 총괄했다. 특히 장기신용은행 시절부터 쌓아온 기관영업 경험을 기반으로 관련한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

허인 행장은 기업대출에 특화된 장기신용은행 출신이다. 장기신용은행이 국민은행에 통합된 뒤에도 대기업부장과 동부기업금융지점장 등을 역임하면서 기관영업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영업그룹 부행장에 오른 뒤 국민은행은 2016년 아주대학교병원, 2017년 서울적십자병원 주거래은행으로 선정됐다.

국민은행은 2017년 초 신한은행에서 5년 동안 운영했던 경찰공무원 전용 ‘참수리대출’의 사업권을 따내 ‘무궁화대출’로 새로 내놓았는데 이 때도 허인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의 국민은행 영업점 1천여 곳 이상을 고객의 생활권에 기반한 공동영업권(PG) 148곳으로 묶는 작업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장에 선임되기까지

KB금융지주 상시지배구조위원회는 2017년 10월11일 허인 국민은행 영업그룹 부행장을 다음 국민은행장 후보로 추천했다. 상시지배구조위원회는 “허인 부행장은 풍부한 업무경험을 통해 4차산업혁명 등 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리더십을 보유하고 있다”며 “KB금융이 추구하는 가치를 단단하게 세우고 그룹 최고경영자와 함께 호흡하면서 국민은행의 입지를 강화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국민은행은 2017년 10월16일 주주총회를 열어 허인 행장의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허행장은 11월21일 국민은행장으로 정식 취임했는데 그전까지 내정자 신분으로 회장과 은행장 분리체제의 안정화와 조직체계 정비방안 등을 준비했다.

현장중심 경영

허행장은 2017년 11월21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핵심성과지표(KPI)를 비롯한 은행의 모든 제도와 프로세스를 고객 친화적 영업에 맞춰 바꿀 계획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디지털 창구를 운영하고 은행 업무시간도 오전9시~오후4시를 떠나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KB-Wise 근무제’ 등을 도입할 방침을 세웠다.

해외사업도 선진국은 투자금융(IB), 신흥국가는 소액금융(마이크로파이낸싱) 등 개별 국가에 맞는 사업을 찾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그 뒤에도 영업점을 틈틈이 찾고 2017년 11월29일 우수 개인고객들을 초청한 자산관리 세미나에 직접 참석하는 등 현장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7년 12월14일 기업여신 실행과 중고차 시세정보 수집 등의 단순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로보틱프로세스자동화(RPA)를 시행하는 등 디지털금융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국민은행의 자산관리(WM)사업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17년 12월 의사 전문 포털 서비스인 ‘메디게이트’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의사 전용 자산관리 서비스를 확대했고 법인을 전담하는 자산관리 전문인력인 ‘PIB파트너’ 제도도 도입했다.

국민은행이 2017년 12월 평택-부여-익산(서부내륙)고속국도 민간투자사업의 대표 금융 주선기관으로서 2조3674억 원 규모의 협조융자(신디케이티드 대출)를 주선하는 데에 성공하는 등 인프라 투자와 관련된 투자금융(IB)을 활성화하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2017년 12월 말 조직개편을 통해 데이터전략본부를 신설하면서 빅데이터 등을 이용한 분석과 마케팅 등을 강화했다. 직원들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줘서 사업을 진행하는 도중 실패를 겪거나 고객의 피드백이 돌아올 때마다 문제를 수시로 고칠 수 있는 ‘애자일’ 조직도 확대했다.

2018년 리딩뱅크 수성 추진

허행장은 2018년 시무식에서 고객관리제도를 정비해 개인과 법인영업을 강화하는 목표를 세웠다. 더불어 디지털 창구를 늘리는 등 디지털금융을 더욱 강화할 뜻을 보였다.

2018년 1월 남성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을 국민은행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KB 스타뱅킹’ 광고모델로 기용하면서 젊은 고객층을 잡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3월 공개된 방탄소년단의 광고영상은 2018년 6월 현재 조회수 794만 회를 찍는 등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국민은행은 방탄소년단이 미국 빌보드200차트 1위에 오른 데 힘입어 6월 안에 관련 체크카드와 적금통장을 내놓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본래 방탄소년단을 기용한 직후 관련 상품을 내놓기로 했지만 허행장이 방탄소년단의 앨범 홍보기간 등을 감안해 출시 시기를 미뤘다.

2018년 2월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자문하는 ‘WM(자산관리) 스타자문단’ 2기가 출범하면서 법인 자산관리 전문가를 보강하는 등 자산관리사업 강화 기조도 이어가고 있다.

2018년 2월 KB국민은행의 일자리 정보 제공 브랜드인 ‘KB굿잡’의 사이트를 전면 개편해 오프라인 취업박람회를 온라인에 연계하고 취업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2018년 5월24일 서울 코엑스에서 기업 250여 곳, 방문자 3만여 명이 참여한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를 열었고 허인 행장도 직접 참석했다.

해외영업부문 강화

국민은행의 해외영업을 캄보디아와 미얀마 등 다른 은행의 손길이 비교적 덜 닿은 동남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강화하고 있다. 허인이 2018년 4월 미얀마와 캄보디아를 찾아 현지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고 현장을 살펴보면서 ‘신남방 진출’을 모색하기도 했다.

국민은행이 2018년 5월 미국 가스 파이프라인과 가스발전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인수금융 주선에 연이어 성공하는 등 해외 기업투자금융(CIB)도 강화하고 있다. 같은 달에 런던 현지법인을 지점으로 전환한 것도 기업투자금융 강화의 일환으로 꼽힌다.

2018년 4월 조회사에서 디지털 창구 서비스를 하반기 안에 모든 영업점으로 확대하고 창구를 찾지 않아도 제세공과금을 낼 수 있는 ‘KB 스타샷’ 서비스도 2018년 안에 모든 비수익거래 전반에 적용할 계획을 내놓았다.

◆ 비전과 과제

국민은행이 2018년에 순이익 2조1750억 원을 올려 신한은행을 앞지르면서 ‘리딩뱅크’에 오른 만큼 허인 행장은 이런 성과를 계속 이어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도 ‘리딩금융그룹’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 허행장의 어깨도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KB금융그룹이 비은행사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국민은행은 KB금융그룹 전체 순이익의 70% 이상을 여전히 차지하고 있는 핵심 계열사다.

허인 행장은 영업그룹 부행장 시절 보여준 영업능력을 토대로 영업점 재편, 유연근무제 확대, 자산관리(WM) 강화 등을 통해 국민은행의 순이익을 끌어올리는 데 더욱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행장으로 취임한 뒤 KB증권과 연계한 복합점포 확대 등을 통해 자산관리와 기업투자금융 양쪽을 강화하는 데에 힘쓰고 있다. 다른 계열사들과 연계해 미국 발전소와 관련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을 주선하는 데에 주력하는 등 해외 투자금융사업을 확대하는 데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정부가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주택담보대출의 수익 비중이 높은 국민은행의 새 먹거리를 찾는 것도 허행장의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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