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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주간 칼럼] 근재집을 읽으며, 소득격차 5.3배 양극화 한탄이 절로…

기사승인 2019.08.23  11:2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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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금희 논설주간

[CEONEWS=엄금희 논설주간] 요즘 내가 독서삼매경에 빠져있는 책이 안축의 '근재집'이다. 한국고전번역원 한국문집번역총서로 내놓은 '근재집'은 고려 후기의 학자이자 문인 근재 안축(1282~1348)의 문집이다. 문집에는 사대부로서 관료 생활을 하면서 보고 느낀 백성의 참담한 현실을 고발하고, 그것을 구제해야 하는 자신의 직무에 대한 책임감과 이를 완수하기 위한 고민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책을 읽어 도를 구했지만 끝내 성취 없으니

태평성대에 이 행차 있게 된 일 부끄러워라

다만 못난 재주 다하여 실학을 베풀어야지

어찌 괴이한 행적으로 헛된 명성을 훔치랴

도탄에 빠진 백성의 삶은 구제하기 어렵고

고질병이 된 국가의 병은 놀랍기만 하여라

베갯머리에서 걱정하며 잠 못 이루다가

깊은 밤 쏟아지는 산비 소리를 누워서 듣노라.

근재 안축이 고려 충숙왕 17년인 1330년 5월에 강릉도 존무사의 명을 받았다. 이달 30일에 송경, 고려의 개성을 출발하여 장단도호부 동쪽 30리에 있는 백령역에서 묵었다. 한밤중에 비가 내려 감회가 일어 쓴 시이다.

근재 안축에 빠져 책을 읽다가 통계청 2분기 가계동향조사가 나와 들여다본다. 지난 2분기 상·하위 20% 가구의 소득격차가 또다시 역대 최고치이다. 지난해부터 급감하기 시작한 하위 20% 가구의 소득은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1년 반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

통계청이 8월 22일 발표한 '2019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 소득 부문 결과'에 따르면 해당 분기 균등화 처분 가능 소득 5분위 배율은 5.30배로, 집계가 시작된 200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지표는 모든 가구의 가구원 수가 동일, 균등화하다고 가정했을 때 상위 20% 가구의 소득이 하위 20% 가구 소득의 몇 배인지를 나타낸다.

균등화 처분 가능 소득 5분위 배율은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이 본격화된 2018년 1분기 이후 한차례를 제외하고 매번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두 자릿수를 넘겼던 1분위, 하위 20% 가구의 소득 감소세가 진정됐지만 아직 뚜렷한 증가세로 전환하지는 못했다. 그사이 5분위, 상위 20% 가구 소득이 근로소득을 중심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분배지표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지난 2분기 1분위 가구의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0.04%, 562원 증가했다. 지난해 매 분기 역대 최대 감소 폭을 보이고 올해 1분기까지도 2.5% 줄어든 뒤 6분기 만에 턱걸이 증가를 기록한 것이다.

정부가 취업자 수, 1분위 소득처럼 지난해 문제가 됐던 통계에는 재정을 집중 투입해 마치 개선된 것 같은 수치지만, 실제로는 성장과 분배 어느 쪽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70만 4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 대부분의 소득 항목이 증가했지만 자영업 부진이 계속되며 사업소득은 1.8% 감소했다.

답답한 마음에 근재의 시를 읽으면 위로가 된다. 우국 애민의 심정을 토로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일손이 바쁜 농사꾼에게 할당된 삼을 캐오라고 내치는 관리를 개탄한 '삼탄'이란 작품에서는 당시 인삼 공물의 폐해를 그대로 엿볼 수 있다.

부인은 들밥을 만드느라 끼니도 거른 채

새벽부터 마음은 한여름 들판에 있네

밭머리에서 한낮이 되어 발길을 재촉하더니

지아비를 먹이고 여유로운 걸음으로 돌아가네

근재의 '농두엽부, 밭머리에 들밥 나르는 여인'이란 시가이다. 마치 들일하는 사람들에게 점심밥을 가져다주는 여인의 정성을 한 폭의 풍경화처럼 그려진다. 산수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빼어난 감식안을 가진 근재의 관동 유람시도 빼어나다. 한림별곡 이후 100여 년간 창작되지 않았던 경기체가에 관심을 기울여 지은 '관동별곡'과 '죽계별곡'은 근재의 문학적 재능이 뛰어남을 알 수 있다.

우국 애민의 심정을 토로한 시가들을 읽으며 우리 경제는 지금 어디를 가고 있는지? 되묻는다. 소득 배분과 성장의 정체가 더욱 양극화로 심화되는 경제 현실이 한탄스럽다. 알기 쉬운 현대말로 전해주는 안축의 '근재집'이 주는 위민의 나라사랑과 빼어난 시가 주는 고전의 향기에 그나마 은은하게 빠져드는 것이 내 삶의 위로다.

<엄금희의 문학으로 바라본 경제, CEO뉴스 논설주간>

휴대폰 010-5236-5017

블로그 http://blog.naver.com/hankookceo

엄금희 주간 webmaster@ceo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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